무지개 입면체
Rainbow Cube

디지털 프린트, 3850 x 2550 pixels, 2012

 

작가에게 있어서 텅 빈 갤러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치열한 격전을 준비하게 하는 숨 막힐 듯 한 희구의 대상이다. 그 공간에 빛을 초대한다. 빈 공간, 하얀 벽, 공간을 채우고 있는 빛은 작품이 없는 그 공간 자체를 아름다움이 생성될 수 있는 바탕이 되게 한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에서 평소 공기처럼 인식하지 못했던 빛을 다시 주목한다. 하늘빛은 대기 중의 가득한 입자들에 의해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를 한없이 나른하게도 하고, 맑은 정신으로 마음을 가다듬게도 하며,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끼게도 한다. 나는 시간, 장소, 채광의 각도를 바꾸어 가며 다채로운 빛의 색과 성격이 입방체의 공간 안에 연출 되도록 하였다. 그러므로 빈 갤러리 공간은 일시적인 상황이 아닌 영속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이 된다. 빛의 스펙트럼은 다시모여 하나의 백색광이 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근본이 된다.

2007년부터 제작한 나의 작품 “태양 한 조각”이 창을 통해 드리워진 움직이는 햇빛에 대한 것이라면 이번 작업은 하나의 전시 공간 안에 들어온 빛이 확산되어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무지개 입방체”에 관한 것이다. 이전 작업이 빛 한 조각을 하나의 키네틱 프로젝션으로 표현한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빛의 공간 그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안에 또 하나의 갤러리가 있고 그 안에는 전시작품을 위한 빛의 에너지만이 가득하다.

빛의 상황을 마음껏 연출하고 언제나 가까이에 두고 촬영하기 위해 600 x 290 x 150 (mm)의 미니어처 갤러리를 만들었다. 작은 모형을 통해 실재가 아닌 것을 실재하는 것처럼 재현 일은 어린 시절부터의 즐거움이었다. 공간 설계하기, 종이로 공작하기, 사진 찍기, 디지털 이미지 만들기, 그리고 그 안에 전시할 상상의 작품을 꿈꾸는 일. 모처럼 즐거운 작업이었다.

김수정
2012. 4